영국 재규어의 헤드램프를 그대로 빼다박은 앞모습, 과도하게 부풀려진 프론트 그릴, 앞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빈약한 뒷모습.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겉도는 인상들만 짜깁기식으로 모아놓은 촌스러움...
그런 오피러스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회사측은 '풀모델 체인지'가 아니라고 하지만 거의 신차 수준으로 바뀐 것 같다. '기아차가 이번에 제대로 된 물건 하나를 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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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오피러스를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 강한 인상을 받았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기존 모델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오피러스의 특징인 4구 헤드램프를 제외하곤 모든 것이 바뀐 듯했다.
외형상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프론트 그릴과 후면부 리어램프. 대형차 이미지를 주기 위해 크게 부풀린 프론트 그릴을 뉴 오피러스에서는 가로로 넓게 배치해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높였다.
리어램프도 가로형에서 세로형 스타일로 바꿔 볼륨감을 강조했다. 또 최근 추세인 듀얼 머플러를 적용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엿보이게 했다. 차체 길이도 종전 모델보다 20mm를 키운 5000mm로, 대형차의 볼륨감과 조화를 전하고 있었다.
차에 가까이 다가가자 스마트키 시스템을 적용해 리모컨 작동없이도 도어록이 자동으로 풀렸다.
실내 인테리어는 딱히 흠잡을데 없이 만족스럽다. 플라스틱 등 마감재의 느낌도 고급스럽고 조립품질도 꼼꼼하게 잘 처리했다. 가죽시트도 적당히 부드럽다. 특히 통풍과 열선 시트를 동시에 내장해 장시간 운전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했다.
시트 위치 조절 스위치는 시트 형상으로 만들어 도어 앞쪽에 달려 있다. 벤츠의 것을 흉내낸 듯하다. 상당히 편하다.
화이트 컬러 LED를 탑재한 계기판도 시원시원하다. 혼다와 비슷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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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를 돌리면 시동걸리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세게 밟아도 좀처럼 소리가 높아지지 않는다. 엔진룸과 바닥에 다중 흡차음재를 보강해 실내 정숙성을 극대화하려 했다는 설명.
시승차는 람다 3.8 엔진에 수동겸용 5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모델. 3778cc V6 엔진은 최고출력 266마력(6000rpm), 최대출력 36kg·m(4500rpm)을 뿜어낸다. 기존 엔진보다 각각 6.4%, 2.9% 향상됐다.
엔진 성능 개선으로 주행성능도 수입차 못지 않았다. 차체 무게가 1700kg에 달하지만 움직임은 상당히 민첩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체가 확 튀어나가는게 마치 중형차를 모는 듯한 느낌이다.
장마비가 쏟아지는 상황이라 최고속도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시속 160km까지 부드럽고 치고 나갔다. 차체 흔들림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 다만 대형차에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무게감의 스티어링휠은 아쉬움을 남겼다.
승차감은 독일차의 딱딱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스펜션은 요철을 부드럽게 타고 넘어갈 정도로 부드럽게 세팅된 듯했다. 대형차에 적합한 부드러움이랄까.
핸들링은 그렇게 날카롭지는 않다. 여유롭게 돌지만 코너를 면도날처럼 파고드는 그런 느낌은 적다.
브레이크 성능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급브레이크시 약간 밀리는 듯했다.
엔진성능 향상과 더불어 차체와 주요부품의 경량화를 통해 연비도 종전 모델에 비해 개선시켰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3.8모델의 연비는 리터당 8.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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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차인만큼 실내 사양이나 안전도에 크게 신경쓴 모습이 역력했다. 앞좌석부터 뒷좌석까지 충돌위치와 승객 탑승 위치에 따라 8개의 에어백이 작동한다.
이밖에 급제동이나 급선회시 엔진토크와 브레이크를 효율적으로 제어해 주는 차체 자세 제어장치(VDC), 후방 추돌시 머리와 목부위 상해를 줄여주는 액티브 헤드레스트, 좁은 골목길 주행시 차량 전방의 좌우사각 영상을 감지하여 모니터에 표시해주는 전방카메라 등이 적용돼 주행안전성을 확보했다.
아울러 기아차 최초로 지상파 DMB A/V 시스템을 탑재했다. 총 13개의 스피커가 달린 파나소닉 DVD 7.1채널 A/V 시스템은 입체감 넘치는 음을 선사한다.
뒷좌석에서도 공조시스템, 시트위치, 멀티미디어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다기능 암레스트'와 TV 시청이 가능한 모니터 등을 탑재해 이 차가 오너용이 아닌 '소퍼드리븐'카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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