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소음] 문제를 바로 알아야 잡는다

수많은 회전체와 부품으로 이루어진 자동차는 소음과 진동을 피할 수 없다. 자동차 소음은 보디나 프레임을 타고 전달되는 구조전달음이 80% 이상이다. 부밍음과 엔진음, 도로 및 타이어 소음, 바람소리 등이 주요 소음원이다.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보다 압축비가 높아 더 큰 진동이 발생한다. 200Hz 이상의 중·고주파가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으면 뛰어난 방음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디젤차의 소음과 진동은 오너들이 지적하는 불만원인 1호다. 지난달 본지가 현대 싼타페, 기아 뉴 스포티지 오너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각각 76.0%, 47.7%의 응답자가 소음과 진동을 가장 시급한 개선점으로 지적했다. 어떻게 하면 소음과 진동을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을까. 최근 메이커들에 주어진 가장 어려운 숙제 가운데 하나가 방음대책이다. 디자인과 성능 못지않게 정숙성이 중요한 품질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너들도 소음과 진동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에 목말라 하고 있다.

보디와 섀시 통한 구조전달음이 문제
모범답안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소리의 성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파장을 통해 전달되는 소리는 일정한 주파수(Hz)를 가진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 범위는 20∼2만Hz, 뚜렷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범위는 500∼2천500Hz다. 음향학에서 ‘원하지 않는 소리’로 정의되는 소음은 가청주파수 범위에 높은 압력(dB)이나 세기가 더해졌을 때 생긴다. 최소 가청주파수인 20Hz의 소리는 100dB 정도의 압력이 가해져야 겨우 들을 수 있는 반면 4천Hz의 소리는 0.1dB의 압력만으로도 고막이 상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실내에 들어온 100Hz의 타이어 소리가 10dB의 압력을 받으면 고막을 압박하는 소음이 된다. 소리의 압력은 주로 진동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소음과 함께 진동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의 소음·진동은 일반적으로 소음(noise)과 진동(vibration), 충격으로 소음과 진동이 동시에 생기는 경우(harshness) 등 세 가지로 분류한다. 소음은 전달경로에 따라 구조전달음(structure borne noise)과 공기전달음(air borne noise)으로 나눈다. 구조전달음은 공기를 타고 전달되는 소리보다 더 큰 에너지(압력)를 지니고 있어 운전자가 듣는 소음의 80% 이상을 만들어낸다. 엔진, 타이어, 서스펜션 등에서 발생한 소음과 진동은 프레임이나 보디, 도어, 각종 멤버, A∼D필러, 천장 등의 구조물을 통해 실내로 전달되고, 이로 인해 각종 패널이 실내 공기에 파장을 일으켜 소리를 발생시킨다. 특히 필러를 타고 천장으로 전해진 진동은 소음을 증폭하는 스피커 구실을 하기도 한다.
자동차는 실내로 들어오는 200Hz 이상의 중·고주파를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뛰어난 방음효과를 볼 수 있다. 200Hz 이상의 소리는 실내 공기의 압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음질에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 진동을 일으키는 50∼500Hz의 주파수를 제진재로 끊어 주면 압력(dB)이 줄어 방음에 도움이 된다. 여성의 목소리처럼 높은 주파수의 음은 방음재를 쓰고, 남성 목소리처럼 낮은 진동은 제진재를 사용해 소음과 진동을 동시에 줄인다고 이해하면 된다.

흡기계통에서 엔진소음의 30% 이상 생겨
자동차의 구조전달음이 생기는 원인과 소리의 특성을 알면 방음작업이 필요한 부위와 작업방법을 좀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조전달음은 세부적으로 부밍소음(booming noise), 엔진소음, 비트소음(beat noise), 충격소음 및 진동(Harshness), 도로소음(road noise), 타이어음, 바람소리(풍절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부밍소음은 가속이나 감속할 때 울리는 소리다. 아이들이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부웅∼, 부웅∼’ 소리를 내는 것은 부밍음을 흉내내는 것이다. 부밍소음은 가속할 때 많이 나고, 특정 회전수와 속도에서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주파수 영역은 200Hz 이하로,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서스펜션, 배기계통과 바닥을 거쳐 실내로 들어온다.
많은 오너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엔진소음이다. 대부분 실린더 안에서 일어나는 폭발음이 엔진소음이라고 생각하지만 폭발행정은 완전히 밀폐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므로 소리가 나지 않는다. 엔진소음은 흡·배기 소음과 함께 캠·밸브·벨트 등이 작동하면서 나는 기계소음이 뒤섞여 다양한 주파수를 발생시킨다. 소음 덩어리인 셈이다.
특히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보다 압축비가 높아 진동이 더 크고, 흡배기 밸브가 받는 압력도 그만큼 커진다. 휘발유 엔진에서는 들리지 않는 달달거리는 소리는 높은 압력으로 여닫히는 밸브음이다. 따라서 디젤차는 엔진을 덮는 방음커버를 달고, 엔진룸 주변에도 방음재를 씌워야 방음효과를 높일 수 있다.
배기음은 130Hz 이하의 저주파 소음이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에어필터, 흡기밸브 등으로 공기가 빨려 들어가면서 생기는 600Hz 이상의 소음으로, 엔진소음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것은 보네트와 대시보드, 엔진룸 격벽의 각종 케이블, 기어레버를 통해 실내로 들어온다.
비트소음은 엔진의 회전 진동수와 비슷한 진동이 생겼을 때 두 가지 진동이 합쳐져 ‘우웅우웅’ 하는 소리가 반복되는 일종의 울림현상이다. 주로 엔진진동과 타이어, 냉각팬, 에어컨 컴프레서 등 일정치 않은 주파수가 섞이면서 발생하고, 엔진 마운트 등을 통해 실내로 들어온다.
충격소음 및 진동(harshness)은 주로 노면의 요철과 타이어가 부딪치면서 생긴다. 따라서 진동과 소음은 주로 서스펜션과 마운트를 통해 차체로 전달된다. 방음보다는 타이어와 서스펜션의 성능에 좌우되는 소음이다.
도로소음은 시멘트 포장처럼 거친 노면을 달릴 때 생기는 소음으로 타이어 트레드 패턴에 따라 500Hz 이상의 고주파를 만들어낸다. 시속 50∼60km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광폭타이어는 소음과 진동이 더욱 커진다. 타이어 소음은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음으로 도로소음과 비슷하다. 노면에 따라 300∼1천Hz의 주파수가 생기고, 빗길에서는 마른 노면보다 10dB 정도의 소음이 더 생긴다. 도로소음과 타이어 소음이 대표적인 공기 전달음이다.
바람소리, 즉 풍절음은 시속 100km가 넘는 고속에서 생기는 기류에 의해 생긴다. 보통 1천Hz 이상의 고주파에 해당하고, 승용차보다는 SUV에서 더 높은 주파수가 생겨난다. 풍절음은 도어 주변에 달린 고무재질의 웨더 스트립을 통해 실내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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